요즘 한국의 10·20대 휴대폰에 같은 앱이 깔리고 있다. 셋로그(SETLOG). 친구끼리 방을 만들고, 1시간마다 알림이 오면 그 순간 하고 있는 일을 2~4초짜리 영상으로 찍어 올린다. 하루가 끝나면 짧은 조각들이 자동으로 이어 붙어 한 편의 미니 브이로그가 된다. 보정도, 긴 문장도, 좋아요 숫자도 없다. 2026년 봄, 이 앱은 한국 앱스토어 전체 1위와 소셜 부문 1위를 동시에 찍었고, 홍콩에서도 소셜 1위에 올랐다.

낯익은 그림이다. 인스타그램의 피로 — 보정하고, 문구를 다듬고, 남의 반응을 살피는 그 과정 — 에서 도망쳐 “있는 그대로, 단순하게”를 내건 앱이 폭발하는 건 처음이 아니다. 몇 년 전 BeReal이 똑같은 자리에 있었다. 하루 한 번, 예고 없는 알림이 울리면 2분 안에 앞뒤 카메라로 동시에 찍어 친구들에게 보낸다. 보정 불가, 꾸미기 불가. 그 단순함 하나로 전 세계 다운로드 1위까지 올라갔다.

방식은 다르다. BeReal은 하루 한 번, 셋로그는 한 시간에 한 번. 하지만 둘을 굴리는 엔진은 똑같다. 단순함이다. 그리고 BeReal은 이미 그 엔진으로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본 앱이다. 그래서 BeReal의 지난 4년은, 셋로그가 앞으로 받아 들 질문지를 미리 적어 보낸 엽서에 가깝다.

단순함은 엔진이자 시한폭탄이다

단순함이 왜 그렇게 강한 무기인지부터 짚자. 새 앱이 퍼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켜고 나서 뭘 해야 할지 모른다”는 진입 장벽이다. 셋로그에는 그게 없다. “알림 오면 2초 찍어”가 설명의 전부다. 인스타에 사진 한 장 올리려면 찍고, 고르고, 보정하고, 문구를 쓰고, 태그를 다는 다섯 단계를 거치지만, 셋로그는 그 단계를 통째로 건너뛴다. 마찰이 거의 0이니 친구를 끌어들이기 쉽고, 그래서 빠르게 번진다.

그런데 같은 단순함이 시한폭탄이기도 하다.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베끼기 쉽다. 기능이 하나뿐이면 거대 플랫폼이 그 하나를 따라 붙이는 데 한 달이면 충분하다. 실제로 BeReal의 “동시에 찍기”를 인스타그램이 그대로 본떠 자사 앱에 집어넣었다.

둘째, 신기함은 반드시 식는다. 할 수 있는 게 그것 하나뿐인 앱은, 그 하나가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순간 열어볼 이유가 사라진다.

셋째, 이게 가장 미묘한데 — 강제 알림이 어느 순간 숙제가 된다. 정해진 시각에 울리는 알림은 처음엔 “지금 다들 뭐 하지?” 하는 설렘이지만, 신기함이 빠지고 나면 “또 찍어야 해?” 하는 의무로 바뀐다. 알림은 본질적으로 하게 만드는 장치다. 무언가를 원하게 만드는 자극과, 그걸 실제로 좋아하는 마음은 다른 신경 회로에서 돈다(도파민에 관한 글에서 다룬 적이 있다). 알림이 누르는 건 앞쪽, 즉 “해야 한다”는 충동이다. 그 충동이 즐거움으로 이어지는 동안은 습관이 되지만, 즐거움이 식고 충동만 남으면 그때부턴 피로다.

셋로그처럼 알림이 한 시간에 한 번씩 오는 구조는 이 피로가 더 빨리 닥칠 위험이 있다. 그래서 바이럴의 진짜 시험은 “얼마나 빨리 퍼졌나”가 아니라 “신기함이 식은 뒤에도 남나”이다.

BeReal이라는, 미래에서 온 엽서

BeReal이 그 시험을 어떻게 통과했는지 — 혹은 통과하지 못했는지 — 를 보면 셋로그의 앞날이 어렴풋이 보인다.

사용자 수 시간 → BeReal 정점 (2022) 월 7,350만 명 니치로 안착 2024 Voodoo 매각 셋로그 지금 여기
BeReal은 이 곡선을 끝까지 걸었다 — 정점에서 추락한 뒤 작게 안착했다. 셋로그는 아직 올라가는 중이고, 정점 다음이 어디일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BeReal은 2022년 8월 월 사용자 약 7,350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글로벌 다운로드 1위, 모두가 “인스타의 대항마”라 불렀다. 그리고 거기서 내려왔다. 신기함이 식자 사용자가 빠지기 시작했고, 한때 7천만을 넘던 월 사용자는 추정치 기준 2천만~4천만 명대까지 줄었다. 2024년 6월, BeReal은 결국 프랑스의 모바일 게임사 부두(Voodoo)에 약 5억 유로에 팔렸다.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게 있다. BeReal은 망하지 않았다. 정점의 절반 아래로 줄었어도 여전히 수천만 명이 매달 쓰고, 남아 있는 사람들의 사용 강도는 오히려 업계 평균을 웃돈다. 알림 응답률이 높고, Z세대 신뢰도 조사에서 인스타·틱톡·스냅챗을 앞서기도 했다. 떠날 사람은 떠났고, 남은 사람은 진짜로 쓴다. 폭발한 뒤 작은 규모에서 단단해지는, 전형적인 니치(좁지만 단단한 시장) 안착이다.

즉 “단순한 앱은 반드시 죽는다”가 정답은 아니다. 정점에서 크게 빠져도 살아남는 길은 있다. 다만 BeReal의 사례는, 그 생존이 어떤 대가를 치르고 어떤 모습으로 오는지를 보여준다. 그 대가가 셋로그가 지금부터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다.

BeReal의 선택: 랜덤은 지키고, 인스타를 베꼈다

사용자가 빠지기 시작하자 BeReal이 한 일은 기능을 덧붙이는 것이었다. 핵심 규칙 — 하루 한 번 예고 없는 알림, 2분 안에 앞뒤 동시 촬영 — 은 정체성이라 건드리지 않았다. 대신 그 주변에 하나씩 살을 붙였다.

추가된 기능정체어디서 본 것인가
음악 첨부포스트에 듣던 곡을 붙임인스타 스토리
RealPeople셀럽·유명인 큐레이션 피드인스타 팔로우
RealChat친구와 1:1 메시지인스타·스냅 DM
Friends of Friends친구의 친구까지 피드 확장공개 소셜 일반
Bonus BeReal정시에 올리면 하루 여러 장 추가(하루 한 번 규칙 완화)

목록을 보면 묘한 아이러니가 드러난다. 인스타의 가식에서 도망쳐 온 앱이, 살아남으려고 인스타의 기능을 하나씩 되사 왔다. 셀럽 피드, DM, 친구의 친구, 음악 꾸미기 — 그리고 “하루 한 번”이라는 자기 정체성의 핵심 규칙마저 보너스 포스트로 풀어버렸다.

이게 단순한 앱이 마주하는 근본 딜레마다. 확장하지 않으면 신기함이 식을 때 같이 죽고, 확장하면 “그래서 인스타랑 뭐가 다른데?”라는 차별점이 흐려진다. BeReal은 확장하는 쪽을 택해 살아남았지만, 새 사용자 눈에는 “기능 적은 인스타”처럼 보이게 되면서 한번 식은 열기를 다시 지피지는 못했다.

돈은 어떻게 버나 — 친밀권 앱의 자기모순

살아남는다 해도 다음 벽이 있다. 수익이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친밀권 앱 —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아는 사람 몇 명하고만 나누는 앱 — 은 구조적 자기모순에 부딪힌다. 친한 친구끼리 가식 없이 노는 공간이라고 해놓고 그 사이에 광고를 끼우면, 바로 그 “인스타랑 다른 점”이 무너진다.

BeReal의 답은 영리했다. 광고를 별도 배너로 띄우는 대신, 광고를 콘텐츠 포맷 안에 위장했다. 브랜드도 사용자처럼 앞뒤 듀얼 카메라로, 연출 없이, 정해진 시간 안에 올리게 한 것이다(이 프로그램을 RealBrands라 부른다). 하루를 통째로 한 광고주가 차지하는 ‘브랜드 점령’도 있다. 친구 게시물과 같은 모양을 한 광고. 이질감을 최대한 죽인 설계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다. BeReal은 독립 회사로는 끝내 돈 버는 법을 못 풀었다. 광고가 본격적으로 굴러간 건 게임사 부두에 인수된 다음이다. 부두는 원래 수억 다운로드 게임에 광고를 붙여 먹고살던 회사라, 광고를 팔고 타겟팅하고 측정하는 기계를 이미 갖고 있었다. BeReal은 트래픽만 대고, 돈 버는 엔진은 모회사 것을 빌린 셈이다. 인수 후 몇 달 만에 손익분기를 넘겼다.

여기서 셋로그가 새겨야 할 교훈은 뼈아프다. 친밀권 앱에서 “잘되느냐”의 반대말은 꼭 “죽는다”가 아니다. “혼자 못 버텨서 팔린다”가 더 흔한 결말이다. BeReal이 그랬다.

그래서 셋로그는 지금 어디 서 있나

다시 셋로그로 돌아오자. 점화는 분명하다. 누적 다운로드 약 250만, 그중 상당수가 최근 한 달에 몰렸다. 단순 설치만이 아니다. 국내 앱 분석 기관 모바일인덱스 집계에서 셋로그는 월간 사용자 급상승 앱 4위에 올랐다 — 한 달 새 활성 사용자가 130만 명 넘게 늘었다는 뜻이다. 깔고 안 쓰는 게 아니라, 실제로 쓰는 사람이 따라붙고 있다.

해외도 한국에만 머물지 않는다. 홍콩 소셜 1위, 일본과 싱가포르에서 급증. 결정적 트리거는 세븐틴·카리나 같은 K팝 아이돌이 쓰는 게 화제가 되면서 팬덤을 타고 번진 것이다. 다만 이건 양날인데, 빌려온 동력은 빌려준 쪽이 식으면 같이 식는다.

흥미로운 건, 셋로그가 이미 BeReal이 섰던 갈림길에 첫발을 디뎠다는 점이다. 최근 업데이트 두 가지를 보자.

  • 알림 주기 조절 (매시간 → 3시간 → 끔): “매시간이 부담스럽다”는 피드백에 대응한 건데, 정확히 BeReal의 ‘보너스 포스트’와 같은 종류의 수다. 핵심 규칙을 완화해 피로를 던다. 좋은 방어지만, 알림을 끄는 순간 셋로그의 정체성인 실시간 동시성 — 같은 시간대를 함께 산다는 감각 — 이 옅어진다.
  • 방 인원 확대 (원래 3명 → 최대 12명): “셋(3)이 로그한다”는 이름의 출발점을 넘어 방을 넓혔다. BeReal이 ‘친구의 친구’로 경계를 넓힌 것과 같은 방향이다.

부담은 줄고 네트워크는 넓어진다. 동시에, 이 앱을 이 앱답게 만들던 것들이 조금씩 묽어진다. 똑같은 트레이드오프의 입구다.

무엇을 지켜봐야 하나

여기서부터는 정해진 답이 없다. BeReal이 먼저 같은 갈림길에 섰던 건 맞지만, 답안까지 같으리란 법은 없다. 비유는 어느 높이까지만 데려다준다(픽앤쇼벨에 관한 글에서 한 말이다). BeReal과 셋로그는 닮았지만, 셋로그에는 BeReal에 없던 변수가 있다 — K팝이라는 글로벌 증폭기, 그리고 “2초 영상이 자동으로 한 편의 브이로그가 된다”는 고유한 결과물이다.

세 갈래가 가능하다. 자력으로 작게 안착하거나, 광고 엔진 가진 큰 회사에 흡수되거나, 신기함과 함께 조용히 잊히거나. 어느 쪽으로 갈지는 결국 세 가지가 가른다.

첫째, 리텐션이다. 한 달 뒤, 석 달 뒤에도 그 사람이 남는가. 외부에 보이는 다운로드·신규 유입은 들어온 숫자일 뿐, 남는 숫자가 아니다. 바이럴 다음을 가르는 건 언제나 이 곡선이다.

둘째, 확장하면서도 “이 앱만의 단 하나”를 지키는가. BeReal은 기능을 늘리다 자기다움을 묽혔다. 셋로그가 알림과 인원을 손보면서도 “함께 쌓는 2초 브이로그”라는 한 끗을 지켜낼 수 있느냐가 분수령이다.

셋째, 자기모순 없는 수익 모델을 찾는가. 친밀권을 깨지 않으면서 돈을 버는 길. BeReal조차 혼자선 못 풀고 모회사에 흡수돼서야 풀었던 그 숙제다.

셋로그는 지금 곡선의 가파른 상승 구간에 있다. 정점이 어디일지, 그 다음이 안착일지 추락일지 매각일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흥미롭다. 1위를 찍었다는 사실보다, 바이럴 다음에 어떤 수를 두는지가 진짜 관전 포인트다. 단순함으로 불을 댕긴 앱이 그 단순함을 어떻게 지키거나 버리는지 — 거기서 이 앱의 운명이 갈린다.

— tom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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