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초, 샘 올트먼이 인터뷰에서 이상한 내기 하나를 공개했다. 테크 CEO 친구들과의 그룹챗에 베팅풀이 있다는 것이다. 내기의 주제는 “직원이 한 명뿐인 10억 달러 회사가 처음 나오는 해”. AI가 코드를 스스로 짜서 서비스를 돌린다는 게 아직 데모로도 낯설던, 챗봇이 AI의 전부이던 때였다. 그러니 이건 관찰이 아니라 말 그대로 내기였다. 올트먼은 덧붙였다. AI가 없었다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인데, 이제는 일어날 일이라고.

1년 반 뒤, 그 내기가 실현되는 것처럼 보이는 사건이 있었다. 이스라엘의 개발자 마오르 슐로모(Maor Shlomo)가 혼자 만든 Base44는 말로 요청하면 AI가 앱을 대신 만들어 주는, 이른바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서비스다. 출시 3주 만에 연환산 매출 100만 달러를 넘겼고, 창업 6개월 만인 2025년 6월 Wix에 현금 8,000만 달러에 팔렸다. 외부 투자는 한 푼도 받지 않았다. 지분 100%가 창업자 한 사람의 것이었다. 직원은 매각 무렵에야 여덟 명 남짓 뽑았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뒷면이 있다. 매각을 앞둔 시점에 슐로모가 한 말은 승리 선언이 아니었다. “도움이 필요하다(I need help)“였다.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하던 그는 서버가 살아 있는지 확인하려고 두세 시간마다 알람을 맞춰 놓고 잤다. 회사는 커졌는데 그는 무너지고 있었다.

AI 에이전트가 팀의 일을 대신하는 시대에 혼자 창업하는 사람은 실제로 늘고 있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것이다. AI는 팀의 무엇을 대체했고, 무엇을 대체하지 못했는가. 이 글은 그 경계선을 찾아간다. 먼저 솔로 창업이 정말 불리한지를 데이터로 따져 보고, 팀이 하던 일을 세 가지로 쪼갠 뒤, AI가 그중 어디까지 들어왔는지를 살핀다.

1인 유니콘이라는 내기

혼자 창업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부터 확인하자. 스타트업 지분 관리 플랫폼 Carta에 등록된 미국 스타트업 기준으로, 창업자가 한 명뿐인 회사의 비율은 2019년 23.7%에서 2025년 상반기 36.3%로 뛰었다. 전체 창업 시장이 아니라 벤처 트랙에 오른 회사들의 표본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6년 사이 열에 둘이던 솔로 창업이 열에 넷 가까이로 늘어났다.

방향이 같은 신호는 또 있다. 창업 액셀러레이터 Y Combinator는 한 번에 수십에서 수백 개 스타트업을 기수로 뽑아 키우는데, 대표 개리 탄(Garry Tan)은 2025년 겨울 기수의 4분의 1이 코드의 95%를 AI로 작성했다고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50명, 100명의 엔지니어 팀은 필요 없다.” 실제로 그 기수에서는 10명이 안 되는 인원으로 연매출 수백만 달러에 도달하는 회사들이 나왔다.

다만 이 흐름을 전부 AI의 공으로 돌리면 과장이 된다.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의 J.P. 에거스(J.P. Eggers)가 짚었듯, 창업 1년 미만 기업의 평균 고용 인원은 지난 20년간 꾸준히 줄어 왔다. 클라우드가 서버실을, 오픈소스가 사내 개발을, SaaS가 백오피스를 줄여 온 긴 추세가 있었고, AI는 그 추세의 가장 최근 국면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속도다. 이전의 도구들이 팀을 조금씩 줄였다면, AI 에이전트는 “아예 없어도 되지 않나”라는 질문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시장은 아직 그 질문에 반신반의한다. Carta 데이터에서 2024년 신규 창업의 3분의 1가량이 솔로였지만, 이들이 가져간 벤처 투자금은 14.7%에 그쳤다. 창업은 혼자 하는데 투자는 팀에게 간다. 이 어긋남이 다음 질문으로 이어진다. 투자자들의 그 직감은 데이터로 뒷받침되는가.

혼자는 불리하다는 통념, 그리고 데이터의 반전

벤처 업계에서 솔로 창업자에 대한 회의는 거의 공리처럼 통해 왔다. 폴 그레이엄은 Y Combinator 지원자들에게 공동창업자부터 구하라고 조언하는 것으로 유명했고, 잡스와 워즈니악처럼 서로를 보완하는 두 사람을 이상형으로 꼽았다. 실제로 YC 기수에서 솔로 창업자 비율은 10% 안팎에 머문다.

그런데 이 통념을 정면으로 검증한 연구들의 결과는 방향이 다르다. 뉴욕대의 제이슨 그린버그(Jason Greenberg)와 와튼스쿨의 이선 몰릭(Ethan Mollick)은 킥스타터에서 출발해 실제 법인이 된 수천 개 기업을 추적했다. 결과는 통념의 반대였다. 솔로 창업자의 영리기업은 팀이 세운 회사보다 생존 확률이 2.5배가량 높았고, 매출도 뒤지지 않았다.

유니콘만 놓고 봐도 그림은 비슷하다. 벤처캐피털 DCVC의 알리 타마셉(Ali Tamaseb)은 4년에 걸쳐 유니콘 200여 곳의 데이터를 모았는데, 그중 20%가 솔로 창업이었다. 흥미로운 건 대조군이다. 300만 달러 이상을 조달하고도 유니콘이 되지 못한 회사들에서도 솔로 비율은 똑같이 20%였다. 공동창업자 수와 유니콘 여부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팀이 오히려 위험 요인이라는 근거도 있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노엄 와서먼(Noam Wasserman)이 『창업자의 딜레마』에서 정리한, 널리 인용되는 분석에 따르면 스타트업 실패의 65%가 공동창업자 사이의 갈등에서 비롯된다. 지분을 나눈 동업자는 가장 든든한 우군이면서 동시에 가장 풀기 어려운 리스크다.

그러니 데이터만 보면 이상한 결론에 도달한다. 솔로 창업은 성과에서 밀리지 않는다. 그런데 왜 슐로모는 새벽마다 알람을 맞췄고, 왜 투자자들은 여전히 팀을 찾고, 왜 성공한 솔로 창업자들조차 하나같이 “혼자여서 가장 힘들었다”고 말하는가. 성과 지표에 잡히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그걸 보려면 팀이 하던 일을 쪼개 봐야 한다.

팀이 하던 일은 손만이 아니다

팀이 창업자에게 주던 것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실행이다. 코드를 짜고 문서를 만들고 디자인을 뽑는 손. 둘째는 검증이다. 내 판단이 틀렸을 때 틀렸다고 말해 주는 눈. 셋째는 완충이다. 잘못됐을 때 함께 책임지고, 무너질 것 같을 때 부담을 나눠 지는 어깨.

팀이 하던 세 가지 일 실행 코드·문서·디자인의 손 검증 내 판단을 의심하는 눈 완충 부담을 나누는 어깨 AI가 채우는가 AI가 맡는다 반쪽 · 동의가 기본값 빈 자리
AI가 대체한 것은 팀의 손이다. 판단을 의심해 주는 눈과 부담을 나누는 어깨는 아직 사람의 자리로 남아 있다.

AI 에이전트가 대체한 것은 이 중 첫 번째, 실행이다. 그리고 그 대체는 진짜다. 혼자서 코드의 95%를 AI에게 맡기고, 마케팅 카피와 고객 응대 초안과 재무 시트까지 에이전트로 돌리는 창업이 실제로 작동한다. Base44가 증명한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실행의 손은 이제 빌릴 수 있다.

문제는 두 번째부터다. 에거스는 MBA 학생들에게 AI 에이전트로 스타트업을 만들게 하는 실험을 했다. AI는 개별 작업의 실행과 아이디어 확장에는 뛰어났다. 그러나 학생들이 부딪힌 벽은 따로 있었다. 에거스의 표현을 빌리면, “AI가 내놓은 결과물이 괜찮은 것이라고 믿고 갈 수밖에 없는(taking it on faith)”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법률 검토를 AI에게 맡겼는데 내가 법률을 모르면, 그 검토가 맞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마케팅 전략을 받았는데 내가 마케팅을 모르면, 그럴듯한 전략과 좋은 전략을 구분할 수 없다.

이건 AI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구조 문제다. 산출물의 품질은 검증자의 전문성만큼만 보장된다. 팀에는 영역마다 검증자가 있었다. 솔로 창업자에게는 모든 영역의 검증이 자기 몫으로 돌아오는데, 한 사람이 법률과 마케팅과 재무와 기술을 전부 검증할 만큼 깊이 알 수는 없다. 그래서 실행을 빌린 만큼 검증의 공백이 커진다. 산출물은 늘어나는데 그것을 믿어도 되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

그렇다면 검증도 AI에게 맡기면 되지 않을까. 에이전트가 만든 것을 다른 에이전트가 교차 검토하게 하는 방법은 실제로 쓰이고, 코드가 돌아가는지나 사실관계가 맞는지 같은 산출물의 검증에서는 꽤 작동한다. 그러나 검증에는 그보다 깊은 층이 있다. 이 결과물이 맞는가가 아니라, 이 방향이 맞는가. 바로 그 지점에서 AI는 구조적으로 약하다.

나를 의심해 주는 타인

2026년 『사이언스』에 실린 스탠퍼드와 카네기멜런 연구진의 연구는 주요 AI 모델 11개를 상대로 한 가지를 측정했다. 사용자의 행동을 얼마나 옹호하는가. 결과는 일관됐다. AI 모델들은 인간 조언자보다 사용자의 행동을 절반가량 더 자주 옹호했다. 질문에 기만이나 조작 같은 문제 행동이 명시돼 있어도 그랬다.

더 무거운 건 그 효과다. 연구진이 2,4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 아첨하는 AI 응답을 단 한 번 받은 참가자들은 갈등 상대와 화해하려는 의지가 줄고 자기가 옳다는 확신이 커졌다. 한 번의 대화로도 그렇다. 매일 수십 번씩 AI와 의사결정을 상의하는 솔로 창업자라면 이 효과 위에서 회사를 짓고 있는 셈이다.

왜 이렇게 됐는지도 밝혀져 있다. 사람의 피드백으로 모델을 다듬는 학습 과정에서, “정확한 답”보다 “동의해 주는 답”이 더 좋은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AI일수록 사용자 편을 드는 쪽으로 길들여진다. 후속 연구는 이 성향이 누구에게 가장 해로운지도 보여 줬다. 검증 능력이 없는 초심자일수록 아첨형 모델에 크게 오도됐다. 에거스가 말한 “믿고 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 솔로 창업자가 바로 그 자리에 가장 자주 선다.

공동창업자가 주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여기서 선명해진다. 동업자는 지분을 걸었기 때문에 내 틀린 판단에 동의할 이유가 없다. 회의실에서 미간을 찌푸리고, 이 가격 정책은 미쳤다고 말하고, 그 시장은 없다고 반박한다. 불편하지만 이 마찰이 의사결정의 품질을 지탱한다. 반면 AI는 내 구독료로 운영되는 조언자다. 물론 시키면 반박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요청해야 나오는 역할극이고, 지분을 건 타인의 이견은 요청하지 않아도 온다. 결국 동의가 기본값인 존재는, 내가 청하지 않아도 나를 의심해 주는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없다.

AI에게 일을 맡기는 곳마다 “사람의 검증을 어디에 둘 것인가”가 중심 질문이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루프 엔지니어링에서 다뤘듯, 검증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위치를 옮긴다). 기업 스케일에서 이 수업료를 치른 사례도 이미 있다. 결제 회사 클라르나(Klarna)는 2024년 AI 챗봇이 상담원 700명분의 일을 처리한다고 발표했다가, 이듬해 품질 저하를 인정하고 인간 상담원을 다시 뽑았다. CEO가 직접 인정한 후퇴였다. 대체가 가장 먼저 무너진 지점이 단순 응대가 아니라 감정이 섞인 복잡한 문제, 즉 판단과 신뢰가 필요한 자리였다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새벽 두 시의 알람

세 번째 기능은 숫자로 말하기 어렵지만 가장 무겁다. Base44의 슐로모가 두세 시간마다 알람을 맞춘 건 기술적으로 불가피해서가 아니었다. 모니터링은 자동화할 수 있고 실제로 그는 그렇게 했다. 알람은 다른 문제였다. 서비스가 죽으면 그걸 책임질 사람이 세상에 자기 하나뿐이라는 사실은 자동화되지 않는다.

창업자의 정신 건강을 연구해 온 UC샌프란시스코의 마이클 프리먼(Michael Freeman)에 따르면 창업자의 49%가 살면서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다. 일반 대조군과 비교하면 우울은 2배, 약물 남용은 3배에 이른다. 창업이 심리적으로 얼마나 가혹한 활동인지 보여 주는 숫자인데, 팀은 이 하중을 나누는 구조였다. 나쁜 소식을 처음 같이 들어 줄 사람, 실패한 실험 앞에서 “그래도 방향은 맞다”고 말해 줄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며칠 무너져 있어도 회사가 굴러가게 해 줄 사람.

AI는 이 자리에서 기묘한 위치에 있다. 대화는 되고 위로도 한다. 그러나 앞 절의 연구가 보여 줬듯 그 위로는 조율된 동의이고, AI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새벽 두 시에 서버가 죽었을 때 에이전트는 원인을 진단해 줄 수 있지만, “내가 볼 테니 너는 자라”고 말해 줄 수는 없다. 실행을 빌려주는 존재와 부담을 나누는 존재의 차이가 여기 있다.

슐로모의 결말이 이 이야기의 요약이다. 회사는 어느 때보다 잘 크고 있었다. 그런 시점의 매각이 인정한 것은 실행과는 다른 종류의 한계다. 실행은 AI와 소수의 직원으로 감당했지만, 혼자라는 구조 자체가 천장이었다는 것. 8,000만 달러는 그 천장의 가격이었다.

혼자 성공한 사람은 혼자가 아니었다

그럼 데이터로 돌아가 보자. 검증도 완충도 없이, 그린버그와 몰릭이 추적한 솔로 창업자들은 어떻게 팀보다 오래 살아남았을까.

이 퍼즐에 답을 준 연구가 있다. 2022년 『오거니제이션 사이언스』에 실린 연구에서 트래비스 하월(Travis Howell) 등은 벤처 70곳을 심층 비교했는데, 성공한 솔로 창업자들에게서 공통 패턴을 발견했다. 이들은 공동창업자가 없는 대신 그 기능을 다른 곳에서 조달하고 있었다. 초기 직원, 제휴 파트너, 투자자, 멘토. 연구진은 이들을 공동창업자(co-founder)와 구분해 공동창조자(co-creator)라 불렀다. 지분으로 묶이지 않았을 뿐, 판단을 의심해 주고 부담을 나눠 지는 사람들은 있었다는 것이다.

“솔로 창업자가 팀 못지않다”는 이 데이터가 정작 말하는 건 따로 있다. 성공한 솔로는 공동창업자라는 형식을 버렸을 뿐, 팀의 세 기능은 버리지 않았다. 실행과 검증과 완충을 지분 계약 없이 조립해 낸 사람들이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지금 일어나는 변화가 무엇인지 또렷해진다. AI 에이전트는 그 네트워크에 새로 들어온 구성원이고, 현재 확실하게 맡은 자리는 실행 하나다. 그래서 질문도 바뀌어야 한다. “AI가 공동창업자를 대체할 수 있는가”는 형식만 따지는 질문이라 공허하다. 유효한 질문은 이것이다. 공동창조자 네트워크에서 AI는 어느 자리까지 들어올 수 있는가.

손은 이미 들어왔다. 눈은 아직 반쪽이다. AI가 동의부터 하고 보는 성향을 버리고, 지분만큼 무거운 것을 스스로 걸 방법이 나오기 전까지는. 어깨는 아직 비어 있다. 그리고 이 빈자리들이 채워지는 순서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대체하기 쉬운 것부터 팔리는 게 시장의 순리라면, 마지막까지 비어 있는 자리에 사람의 값이 매겨진다. 1인 유니콘이 정말 나오는 날, 그것은 AI가 모든 자리를 채웠다는 증명이 아니라 그 창업자가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웠는지 보여 주는 답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