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검색창에 무언가를 묻는다. 답이 화면 맨 위에 곧바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뜬다. 그는 답을 읽고 만족한 채 창을 닫는다. 그가 읽은 세 문장은 어느 블로그가 3년 전에 공들여 쓴 글에서 나온 것이지만, 그 블로그에는 아무도 도착하지 않았다. 글쓴이는 자기 문장이 방금 누군가의 궁금증을 풀어줬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이런 일이 2026년 들어 검색에서 예외가 아니라 다수가 됐다. 클릭이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클릭은 지난 20년간 인터넷에 글을 쓰는 사람이 보상을 받던 거의 유일한 통로였다.
클릭이 사라진다는 말의 무게
먼저 이 변화가 정말로 일어나고 있는지, 숫자로 확인하고 시작하는 편이 좋겠다. 체감은 자주 과장되기 때문이다.
검색 분석 업체 스파크토로(SparkToro)가 시밀러웹(Similarweb)의 클릭스트림 데이터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26년 첫 넉 달간 미국에서 구글 검색의 68%가 단 한 번의 클릭도 없이 끝났다. 2024년의 60%에서 두 해 만에 7.5%포인트가 올랐고, 이 지표를 추적한 이래 가장 가파른 상승이다. 검색의 3분의 2가 어느 웹사이트로도 사람을 보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유는 검색 결과 맨 위에 뜨는 AI 요약(AI Overviews)이다. 2025년 12월 전체 구글 검색의 34.5%에 붙던 이 요약은 2026년 3월 48%까지 늘었다. 그리고 퓨 리서치(Pew Research)가 실제 검색 68,879건을 들여다본 연구에서, AI 요약이 떠 있을 때 사용자가 링크를 클릭한 비율은 **8%**에 그쳤다. 요약이 없을 때의 15%에서 거의 절반으로 꺾인 것이다. 더 냉정한 숫자가 하나 더 있다. 요약 안에 출처로 달린 인용 링크를 누른 비율은 **1%**였다. 답을 빌려 쓰되, 그 답을 만든 곳으로는 거의 가지 않는다.
베인앤드컴퍼니(Bain)가 2025년 미국 소비자를 조사한 결과는 이 변화가 검색 엔진 바깥에서도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 응답자의 80%가 검색의 40% 이상에서 AI가 만든 답에 의존한다고 답했다. 사람들은 이미 구글과 네이버의 파란 링크 목록이 아니라, 챗GPT와 클로드와 제미나이에게 먼저 묻는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은 검색 엔진이 망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구글의 검색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90%에 가깝고, 한국에서 네이버는 오히려 AI를 검색에 통합하며 점유율을 되찾았다. 무너지는 것은 검색 엔진이 아니라, 그 아래에서 검색이 흘려보내 주던 트래픽으로 먹고살던 사람들이다. 검색은 오랫동안 답을 직접 주지 않고 답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그 가리킴이 곧 방문이었고, 방문이 곧 광고 수익이었고, 광고 수익이 곧 글을 쓸 이유였다. AI는 그 사슬의 첫 고리를 끊는다. 가리키는 대신, 그냥 답한다.
그래서 글을 쓰는 사람 앞에 질문이 하나 생긴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데, 무엇으로 보상을 받을 것인가. 2026년 현재, 이 질문에는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두 개의 답이 나와 있다.
첫 번째 출구: 30년 잠자던 코드를 깨우다
하나는 문을 닫고 통행료를 받는 길이다.
웹의 통신 규약에는 처음부터 402 Payment Required라는 상태 코드가 있었다. 1990년대 초에 “언젠가 웹에서 결제가 필요할 때 쓰겠지” 하고 번호만 예약해 둔 자리였다. 그 자리는 30년 동안 비어 있었다. 웹은 기본적으로 공짜였고, 무언가를 막으려면 막는 쪽이 따로 장치를 달아야 했지 돈을 요구하는 표준 응답 같은 건 쓸 일이 없었다.
2025년 7월, 콘텐츠 전송망 업체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가 이 빈 자리를 끄집어냈다. 클라우드플레어를 거치는 신규 사이트는 이제 AI 크롤러를 기본적으로 차단한다. 25년간 “기본은 열림, 막으려면 표시하라”였던 웹의 전제가, “기본은 닫힘, 열려면 허락하라”로 뒤집힌 것이다. 그 위에 ‘크롤당 과금(pay-per-crawl)‘이 얹혔다. 사이트 주인은 AI 크롤러마다 셋 중 하나를 고른다. 공짜로 열어주거나, 한 번 긁을 때마다 돈을 받거나, 막거나.
돈을 받기로 하면 그 자리에서 잠자던 402가 깨어난다. 크롤러가 페이지를 요청하면 서버는 402 Payment Required와 함께 “이 페이지는 한 번에 얼마”라는 가격표를 헤더에 실어 돌려준다. AI 회사가 “그 값이면 내겠다”는 신호를 보내면 그제야 내용이 전달되고, 클라우드플레어가 중간에서 정산한다. 30년간 예약석으로만 남아 있던 코드가, 웹 콘텐츠의 톨게이트 운영 신호로 되살아난 셈이다.
왜 이런 게 필요해졌을까. 미들웨어 업체 톨빗(TollBit)이 집계한 비율 하나가 사정을 압축한다. AI 회사들이 콘텐츠를 긁어가는 횟수 대비 그 대가로 돌려보내는 방문자 수를 따져보면, 오픈AI는 179대 1, 퍼플렉시티는 369대 1이었다. 그리고 클로드를 만드는 앤트로픽은 8,692대 1이었다. 8,692번 긁어가는 동안 사람 한 명을 돌려보낸다는 뜻이다. 검색이 그나마 유지하던 “가져가는 만큼 돌려준다”는 암묵의 거래가, AI 크롤러 앞에서는 거의 일방적인 채굴이 된 것이다. 통행료는 이 채굴을 막거나, 막을 수 없다면 최소한 값을 매기려는 시도다.
같은 발상이 표준의 형태로도 나왔다. ‘정말 간단한 라이선싱(RSL, Really Simple Licensing)‘은 사이트 안내 파일(robots.txt)에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읽는 라이선스 조항을 박는다. 공짜·출처표기·구독·크롤당 과금에 더해, 눈에 띄는 항목이 하나 붙는다. 추론당 과금(per-inference) — 내 글을 긁어갈 때가 아니라, 그 글로 답을 생성할 때마다 돈을 받겠다는 모델이다. 채굴이 아니라 사용에 값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길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표준은 요청일 뿐 강제가 아니다. 2025년 8월, 클라우드플레어는 퍼플렉시티가 차단당하자 신분을 숨긴 크롤러로 우회했다고 고발했다. 사용자 식별자를 위조하고 접속 출처를 계속 바꿔가며 수만 개 도메인을 하루 수백만 번 긁었다는 것이다. 퍼플렉시티는 부인했지만, 사건이 드러낸 구조는 분명하다. 담장에 요금 게이트를 달아도, 담을 넘는 자를 실제로 막을 수 있는 건 길목 자체를 쥔 인프라뿐이다. 통행료의 미래는 표준의 우아함이 아니라, 누가 파이프를 쥐었느냐의 힘으로 결정된다.
두 번째 출구: 제발 가져가 달라
다른 하나는 정반대다. 문을 닫는 대신, 활짝 열고 “제발 내 글을 가져가서 인용해 달라”고 부탁하는 길이다.
이 길에는 이름이 붙었다. GEO, 생성형 엔진 최적화(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다. 지난 20년의 검색 최적화(SEO)가 “검색 결과 목록에서 위로 올라가기”였다면, GEO는 “AI가 답을 만들 때 출처로 인용되기”를 노린다. 발견되는 것에서, 인용되는 것으로 목표가 옮겨간다. 어차피 사람이 내 사이트까지 오지 않는다면, 적어도 AI가 답하는 그 문장 안에 내 이름과 주장이 들어가게 하자는 발상이다.
문제는 AI마다 신뢰하는 출처가 딴판이라는 데 있다. 한 분석에서 챗GPT는 인용의 47.9%를 위키백과에서 가져왔고, 퍼플렉시티는 46.7%를 레딧 같은 커뮤니티 토론에서 가져왔다. 챗GPT와 퍼플렉시티 양쪽 모두에서 인용되는 사이트는 전체의 11%뿐이었다. 한쪽에 맞춰 최적화해도 다른 쪽은 깜깜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챗GPT는 검색의 출발점으로 빙(Bing)을 쓰기 때문에, 빙에 색인되지 않은 글은 후보에조차 오르지 못한다. 구글만 신경 쓰던 사람에게는 사각지대다.
그럼 무엇이 인용을 부르는가. 검증된 신호 몇 가지가 있다. 다른 사이트에서 걸어준 링크가 일정 수를 넘은 도메인은 챗GPT에 인용될 확률이 몇 배 높아진다. 신뢰의 문턱 같은 것이 존재하는 셈이다. 문장 차원에서는 “내 생각엔” 같은 주관적 표현을 덜어내고 단정적인 서술문을 쓰는 편이 유리하다. 단언형 문장이 모델 입장에서 혼란도가 낮아 그대로 추출해 쓰기 쉽기 때문이다. “이 도구는 훌륭하다” 같은 막연한 칭찬은 인용되지 않지만, “이 방법이 처리 시간을 32% 줄였다” 같은 구체적 수치는 인용된다.
여기서 솔깃한 미신 하나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AI를 위한 안내 파일(llms.txt)을 깔면 인용이 잘 된다는 주장이다. 30만 개 도메인을 분석한 연구는 이 파일을 둔 것과 AI에 인용되는 것 사이에 통계적 상관관계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어느 주요 AI도 이 파일을 존중하겠다고 공식 약속한 적이 없고, 로그를 보면 크롤러 대부분은 그 파일을 요청조차 하지 않는다. 정작 그 파일이 실제로 일하는 곳은 따로 있다. 사용자를 대신해 작업하는 코딩 에이전트들이 문서 사이트를 읽을 때 이 파일을 가져간다. 노출용이 아니라, 내 사이트에서 일하는 기계에게 길을 안내하는 용도인 것이다.
GEO에서는 성공을 재는 방식마저 달라진다. 검색 순위 같은 고정된 등수가 없다. 대신 ‘언급 점유율(share of voice)’ — 내 분야의 질문들에 AI가 내놓는 답 가운데 내 이름이 등장하는 비율을 센다. 그런데 같은 질문을 다섯 번 던지면 다섯 개의 다른 답이 나온다. 그래서 단 한 번의 결과는 의미가 없고, 여러 번 돌려 나오는 빈도만이 지표가 된다. 측정 자체가 통계적 표집이 되어버린 것이다.
두 출구는 서로를 죽인다
여기까지 오면 이상한 점이 보인다. 두 길은 같은 방향이 아니다. 정반대다.
통행료는 “긁어가려면 돈을 내라, 아니면 막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막는 순간 AI는 내 글을 볼 수 없고, 볼 수 없으면 인용할 수도 없다. GEO는 “제발 가져가서 인용해 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활짝 여는 순간 통행료는 한 푼도 못 받는다.
그래서 큰 매체들이 택한 답은 글을 두 종류로 쪼개는 것이다. 요약과 정의, 개념 설명처럼 어차피 어디에나 있는 정보는 활짝 열어 AI에 인용시킨다 — 이쪽은 권위와 인지도를 벌어들이는 미끼다. 반대로 독점 데이터, 직접 취재한 내용, 깊은 분석은 담장 안에 두고 통행료나 구독으로 값을 받는다. 시식 코너는 열어두되, 정찬은 돈을 받고 내는 식이다. 실제로 일부 대형 매체는 요약과 헤드라인은 AI에 라이선스로 팔고, 본문은 결제벽 뒤에 두는 구조로 옮겨갔다.
무엇이 남는가
그렇다면 혼자 글을 쓰는 사람은 어느 출구로 가야 할까.
냉정하게 보면, 개인에게 통행료는 아직 그림의 떡이다. 크롤 한 번에 1센트 남짓한 단가로는 의미 있는 수익이 나지 않는다. 통행료는 길목을 쥔 인프라와 협상력 있는 대형 매체, 혹은 수많은 군소 매체를 한데 묶어 협상하는 미들웨어의 게임이다. 개인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막을지 열지를 스스로 정할 권리를 확보해 두는 정도다.
그러니 지금 단계에서 개인 창작자의 답은 비교적 분명하다. GEO 쪽 문으로 가되, 통행료가 아니라 그 너머를 노리는 것이다. 인용이 쌓여 “이 주제는 저 사람이 신뢰할 만하다”는 위치를 선점하면, 그 위치 자체가 자산이 된다. 트래픽은 사라져도, 신뢰받는 출처라는 자리는 남는다. 게이트는 권위가 쌓인 다음에야 칠 수 있는 카드다. 가진 것이 없는데 먼저 담부터 쌓으면, 아무도 그 담 안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흥미로운 건, AI가 잘 인용하는 글의 조건이 사실은 좋은 글의 조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모호한 감상 대신 분명한 사실, 빌려온 일반론 대신 직접 확인한 수치, 흐릿한 익명성 대신 또렷한 저자. 사람이 빨리 이해하고 신뢰하는 글이, 기계도 안심하고 인용하는 글이다. 두 독자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는 건, 적어도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여기엔 한 겹 더 깊은 무력감이 깔려 있다. 검색은 한때 내 글을 사람들에게 날라다 주는 길이었지만, 이제 그 길의 주인은 검색 엔진과 AI다. 내가 쓴 글이 누구에게 어떻게 닿을지, 그 유통과 노출을 정하는 손이 더는 내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글을 쓰는 사람이 끝내 자기 손에 쥘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아마도 클릭은 아닐 것이다. 클릭은 검색이 잠시 우리에게 빌려줬던, 그러나 이제 거둬가는 통화였다. 그 자리를 대신할 새 통화가 있다면 그것은 인용이다. 누가 다녀갔는지는 보이지 않아도, 내 문장이 어딘가의 답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것. 보상의 형태가 방문에서 신뢰로, 트래픽에서 인용으로 옮겨가는 자리에서, 글을 쓴다는 일의 의미도 조용히 다시 매겨지고 있다.
— tomte
관련해서 더 · 소버린 AI: 미국이 모델을 끄던 날, 각국이 자기 AI를 짓기 시작했다 · 정액제는 왜 AI 에이전트 앞에서 무너지는가 · AI에게 생각은 위임해도, 이해는 위임할 수 없다